[책마을] 카트리나가 덮친 병원…5일간 벌어진 더 큰 재앙

입력 2015-07-09 21:42  

재난, 그 이후

셰리 핑크 지음 / 박중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720쪽 / 2만2000원



[ 김보영 기자 ] 화재·붕괴·폭발·침수…. 블록버스터 영화 속에는 종종 다양한 재난 장면이 등장한다. 평온한 일상을 보내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팝콘을 먹으며 스크린을 응시한다. 영화 속 재난은 상징성이 있을지언정 현실적이지는 않다. 보는 이가 볼거리로 그려지는 재해 장면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이유다. 그만큼 재해는 대부분의 삶 속에서 추상적인 존재다.

실제로 재난이 닥쳤을 때 평소 합리적인 사람이라도 사고 회로가 멈추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보가 돼버리는 건 개인뿐 아니라 집단도 마찬가지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재해를 상정해 짜놓은 재난 대응계획은 실제 현장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일쑤다.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사태는 악화되고, 비합리적인 결정이 반복된다. 재해가 악순환의 궤도에 올라 걷잡을 수 없는 대참사로 번지는 건 순식간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쳤던 2005년 8월.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에 있던 의사들은 한 차례도 맞닥뜨린 적 없는 재난에 허둥댔다. 이 병원은 인근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로 손꼽혀왔다. 누구도 이 건물의 수돗물이 끊어지고, 비상 전력이 나가는 상황을 상상하지 못했다.

수많은 환자가 방치돼 구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의사들은 신의 영역을 건드렸다. 선별 구조를 시행한 것이다. 중환자를 가장 먼저 구출해야 한다고 배웠지만 심폐소생술 거부를 택한 환자를 가장 마지막까지 놔뒀다. 재해가 지나간 뒤, 병원 예배당과 영안실 등에서는 의문의 시신 45구가 발견됐다. 병원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의사 애너 포는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애썼다고 답했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안락사’였다.

《재난, 그 이후》는 재난 관리 실패의 축소판인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의 실상을 끈덕지게 파고든 탐사 르포다. 의사 겸 기자인 셰리 핑크는 수백 명과 500회 넘는 인터뷰를 진행해 700쪽이 넘는 분량으로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에서의 5일(Five days at Memorial)’을 꼼꼼하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재난 대응에 실패할 위험성은 늘 존재한다. 장구한 재난 대응의 역사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다. 경험만이 학습의 토대가 된다. 재난이 지나갔을 때 치밀하고 냉정한 복기만이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고, 다음 재해의 참사를 막을 실마리를 제공한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 장 핑크가 적은 문장 그대로다. “끔찍한 압력 하에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게 될지, 우리 가운데 누군가가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최소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결론을 내리고 싶은지 미리 한번 생각해보는 사치를 누릴 수는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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